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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대담 (상): 퀴어서사를 둘러싼 복잡한 마음들

2025년 2월 17일

박주연ㆍ연혜원ㆍ문아영

ⓒ 드라마 <정년이>, 연출 정지인ㆍ극본 최효비, tvN, 2024. ⓒ 드라마 <정년이>, 연출 정지인ㆍ극본 최효비, tvN, 2024.


문아영: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퀴어영화 연구그룹에서 활동하는 문아영입니다.


연혜원:

저는 퀴어예술매거진 『them』을 만들고 있고, 단행본 『퀴어돌로지』(2021)를 함께 쓴 연혜원입니다.


박주연:

안녕하세요. 저는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에서 일하고 있는 주연입니다. 단행본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2024)를 썼습니다.


문아영:

두 분 모두 드라마 〈정년이〉(2024)가 원작인 웹툰 〈정년이〉(2019-2022)에서 주요 인물이자 퀴어캐릭터인 권부용(이하 부용)을 삭제한 문제에 대해 칼럼과 기사를 통해 비판하셨는데요. 드라마를 모두 관람한 지금의 감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박주연:

말씀해 주신 기사 「아직도, 부르지 못하는 그 이름?: 있었지만 없었고, 있을 뻔 했지만 없었던 미디어의 퀴어 재현」은 드라마 방영 초반에 썼어요.1) 2024년 한국의 미디어에서 퀴어서사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쓴 기사였는데, 그 중 드라마 〈정년이〉를 한 사례로 언급했죠. 사실 기사를 쓰면서 화가 많이 난 상태였는데, 아직 드라마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화를 억누르면서 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어요. 원작의 주요 인물인 부용을 삭제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작품을 통해 연출자의 의도가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하다는 내용을 썼고요.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기도 했어요. 막상 드라마를 시청했을 때 퀴어서사와 관련해 노력한 흔적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난 지금은 앞선 기대가 충족되기는커녕 오히려 복잡한 마음이 있어요.


연혜원:

저는 칼럼 「도둑맞은 ‘퀴어’」를 드라마 방영 한달 전 즈음에 썼어요.2) 드라마 〈정년이〉에서 부용이 삭제된 문제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의 예고편 및 홍보 방식을 비판하는 글이었죠. 당시에는 사람들이 드라마 〈정년이〉에 부용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걸 많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제 칼럼이 발행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칼럼을 쓸 때는 아직 드라마에서 퀴어서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드라마가 원작이 갖고 있는 퀴어서사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각하려 하지 않는 게 문제적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어째서 작품이 투자를 받아 대중적인 콘텐츠가 되면 원작에 있던 퀴어서사는 사라지고, 원작이 퀴어서사로서 갖는 의미는 홍보되지 않는 것일까요. 드라마가 겨냥하는 시청자가 누구이길래 드라마 〈정년이〉를 홍보하면서 작품이 여성국극과 여성서사로서 갖는 매력은 언급해도 원작의 레즈비언 서사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인지 지적하고자 했죠. 이러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국은 호모포빅한 사회고 퀴어의 이야기는 돈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적인 정서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고요.
드라마를 보고 난 후에는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드라마 〈정년이〉에서 퀴어하게 착즙할 수 있는 이미지는 매회 있었다고 생각해요. 소위 예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퀴어한 관계들이 드라마에 등장했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 관계성마저 등장인물을 사라지게 하는 방식으로 증발시키는 연출에 충격을 받았어요. 퀴어서사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관련된 퀴어서사의 유무가 아니라 퀴어서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드라마를 보고 나니 부용을 삭제한 일이 정말 큰 패착이었다는 생각이 확실해지더라고요. 출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퀴어베이팅의 교과서 같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해요.


문아영:

원작에서 크로스드레서로 등장하는 고사장이라는 인물도 드라마에서 삭제가 됐어요. 부용과 고사장의 사례를 두고 두 인물이 페미니즘적이라 삭제됐다 혹은 퀴어라서 삭제됐다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주연:

드라마의 초반만 해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여성국극을 너무 잘 표현해서 흥미를 갖고 시청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정년이〉에서 부용뿐만 아니라 고사장까지 삭제됐다는 걸 알고 나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원작에서는 윤정년(이하 정년)이 방자 역할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고사장이 중요한 역할을 맡거든요. 드라마가 작정하고 퀴어에 관한 모든 걸 지우려고 했다는 게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그때부터 점차 이야기에 흥미를 잃어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사장은 페미니즘적 맥락과 퀴어적인 맥락 모두 갖고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남장을 한 여성으로 해석되다가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레즈비언 혹은 트랜스젠더로 해석되는 인물이잖아요. 굉장히 퀴어한 캐릭터인데 아예 드라마에 등장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 같은 해석의 여지를 모두 지운 거죠.


연혜원:

저는 드라마 〈정년이〉에 관해 이야기할 때, 어떤 것이 지워지고 어떤 것이 남아있는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요. 의아한 건 왜 드라마에서 문옥경(이하 옥경)과 서혜랑(이하 혜랑)의 이야기는 비중이 높았던 걸까예요. 드라마 〈정년이〉를 연출한 정지인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면 옥경과 혜랑의 관계를 멜로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하고, 원작과 비교했을 때도 꽤 비중을 살린 걸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궁금한 거예요.3) 어째서 옥경과 혜랑은 괜찮은데, 부용과 고사장은 안 되는가. 제 감상으로는 드라마 〈정년이〉가 퀴어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들이 헷갈릴 정도의 것만 남겨놓았다고 생각해요. 마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처럼요. 흥미 요소로서의 퀴어들인거죠. 옥경과 혜랑의 관계를 보여줄 때 두 사람이 가족인지, 친구인지, 연인인지 결코 설명하지 않고 유추의 영역으로만 남겨놓는 것처럼요.
그런데 부용과 고사장은 원작에서도 자신의 퀴어성을 가감 없이 말하는 퀴어들인 거예요. 정년과 홍주란(이하 주란)의 관계에서도 자기 감정을 고백한 주란이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잖아요. 드라마 〈정년이〉는 등장인물이 퀴어로서 자아를 갖고 커밍아웃을 하려 할 때마다 그 인물을 드라마 안과 밖에서 지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에요. 정말 폭력적이지 않나요? 드라마가 끝나고 그동안 작품을 보면서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생각해 보니 드라마 〈정년이〉가 결말을 만드는 방식이 저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박주연:

맞아요. 퀴어에게는 이 서사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 책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에서도 퀴어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게 되는 일이 실제 퀴어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고요.4)  저는 드라마 〈정년이〉에서 옥경과 혜랑이 여성국극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가능했다고 봐요. 일상이 아니라 무대에서만 허용되는 관계인 거죠. 옥경과 혜랑이 키스하는 장면도 무대 위에서만 나오잖아요. 무대가 아닌 곳에서는 동성 간의 스킨쉽이 용납되지 않는 거죠.


문아영:

한편으로는 저희가 드라마 〈정년이〉를 이야기할 때 계속 원작을 언급하는 이유가 그만큼 원작이 갖고 있는 퀴어적인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주연님 말씀처럼 원작에서 정년과 고사장의 이야기는 정년이 고사장이라는 퀴어한 존재를 보고 남성성과 퀴어성을 수행해 나가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맥락이 모두 지워져서 실망스러웠어요. 오히려 드라마에서는 정년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대상으로 남학생 무리와 중년 남성만이 등장하다 보니 남성성을 오직 남성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축소시켰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남성이 곧 남성성의 원본인 것은 아닌데 말이죠.
문학연구자 허윤님의 저서 『남성성의 각본들: 민족국가의 탄생과 남자-되기』(2021)를 보면 1950년대 여성국극이 배우의 연기를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과잉 수행했다면, 해방 이후 인구 이동과 재배치가 이뤄지면서 1950-60년대 신문에는 남장을 하는 사람들의 기사가 종종 실렸다고 해요.5)  그렇다면 옥경과 혜랑 같은 여성국극 배우들뿐만 아니라 고사장도 이 시기에 존재했던 젠더교란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저한테는 부용만큼이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어 아쉬운 캐릭터예요.


박주연:

말씀해 주신 맥락에서 드라마 〈정년이〉는 시대 고증이 잘못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가 이 시기에 행해진 젠더 교란과 동성애적인 문화를 모두 여성국극에 한정된 이야기로 함축시킨 것이 오히려 한 시대가 가진 퀴어함을 지우는 행위로 느껴졌어요. SF 작가이자 영화평론가인 듀나님의 칼럼 「‘정년이’가 대박 났다고 지레 겁먹고 뒤로 빠진 각색자들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에서 드라마가 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빈곤을 재현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죠.6)


문아영:

비록 드라마에서는 부용과 고사장을 볼 수 없었지만, 이들에 대한 가상 캐스팅을 진행한다면 어떤 인물이 떠오르시나요?


박주연:

제가 요즘 예능 〈강철부대W〉(2024)를 보고 있어선지 출연자이신 조성원님이 고사장 역을 맡으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고사장이 가진 남성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여성 배우 중에는 떠오르는 분이 거의 없더라고요. 부용 역에는 류혜영 배우님이 생각났고요.


연혜원:

진짜 의외네요. 너무 펨이 아니시잖아요.


박주연:

펨 느낌이시지 않아요? 혜원님은 누구를 생각하셨어요?


연혜원:

저는 전소니 배우님이요.


문아영:

두 분이 고양이상의 배우를 추천하신다면, 저는 강아지상의 배우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드라마 〈알고있지만,〉(2021)에서 서지완 역을 맡으신 윤서아 배우님이 부용 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배우가 가진 외적인 이미지가 원작 속 부용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게다가 윤서아 배우님은 앞서 언급한 드라마에서 동성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하시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퀴어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는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차례 퀴어캐릭터를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다양한 퀴어캐릭터를 쌓아가는 배우가 많아졌으면 해요.


박주연:

저희 각자가 생각하는 부용 역의 캐스팅이 너무 다르네요. (웃음) 추가로 저는 김고은 배우님이 부용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연혜원:

아영님이 말씀하신 맥락에서 전소니 배우님도 퀴어캐릭터를 여러 번 연기하셨죠. 반면에 고사장 역은 정말 떠올리기 어렵네요.


문아영:

연극계 혹은 뮤지컬계에 계신 배우분이 고사장 역을 맡았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드라마 〈정년이〉에서 허영서의 언니 허영인 역도 뮤지컬 배우이신 민경아 배우님이 연기하셨거든요. 고사장 역할에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연극 혹은 뮤지컬 배우분을 캐스팅했다면,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연혜원:

듣고 보니 고사장 역으로 연극 배우 중에는 연극 〈로테르담〉(2019, 2021)에서 트랜스 남성 에이드리언 역을 맡으셨던 김정 배우님이 생각나네요. 또 연극 〈오르막길의 평화맨션〉(2023)에서 레즈비언으로 등장하는 유진 역을 연기하신 권은혜 배우님도요.


ⓒ 창극 <정년이>, 연출 남인우ㆍ작창 및 음악감독 이자람, 국립창극단, 2023. ⓒ 창극 <정년이>, 연출 남인우ㆍ작창 및 음악감독 이자람, 국립창극단, 2023.

문아영:

드라마 〈정년이〉 보다 앞서 공연됐던 창극 〈정년이〉(2023)는 어떻게 관람하셨나요?


박주연:

창극 공연은 처음 본 거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재밌더라고요. 배우분들의 소리와 연기 모두 훌륭했고요. 한편으로는 공연 시간이 2시간이다 보니 원작의 서사가 많이 축약되어 아쉽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창극 〈정년이〉에는 부용이 등장하는데, 후반부에 부용이 성소수자의 벽장을 암시하는 커다란 문을 열고 나오거나 정년과 함께 무지갯빛의 조명을 받는 등 이 이야기가 퀴어서사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거든요. 당시에는 이런 연출을 하는 게 당연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연출이었죠.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앞서 언급한 장면들을 작품에 넣기 위해 제작진이 많이 고생했다고 해요.


연혜원:

저는 솔직히 말하면 창극 〈정년이〉가 창극으로서 재밌고 퀴어서사에 대한 연출로도 교과서적으로 좋았지만, 로맨스적으로 재밌지는 않았어요. 반면에 드라마 〈정년이〉는 로맨스적으로 재밌었어요.


박주연:

드라마의 서사가 재밌었던 건 아니지 않아요? 옥경 때문인 거죠.


연혜원:

맞아요. (웃음) 그래서 제가 요즘 가진 고민은 왜 퀴어를 제대로 재현하면 재밌는 로맨스물을 만들지 못하는가예요. 저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충분히 재현하면서도 등장인물 간의 텐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퀴어의 문제를 잘 그려낸 작품들은 극 중의 로맨스가 자극적이지 않아요. 한국에서 퀴어의 인권과 퀴어의 로맨스는 어째서 양분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 의문이에요. 저는 퀴어연극을 좋아하고 자주 관람하는데 연극을 보면서 도파민을 얻을 만큼 로맨스적인 장면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문아영:

제가 그래서 연극 〈콜타임〉(2022)을 좋아하는 거예요. (웃음)


박주연:

뮤지컬 〈리지〉(2020, 2022, 2024)를 보셔야 해요. (웃음)


연혜원:

저는 한국 작품 중에서 퀴어들의 굉장히 로맨틱한 관계를 보고 싶어요. 지금 한국에서 제작되는 퀴어서사는 사회가 고통스러울수록 등장인물이 선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레즈비언 커플을 정의로운 사람들로 그려야 한다는 강박이요. 아직까지는 한국의 창작자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차별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느라 퀴어인 인물에게 구체적이고 다양한 캐릭터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드라마 〈정년이〉는 퀴어베이팅을 해서 인물 간의 텐션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정지인 감독님이 원래 로맨스적인 분위기를 잘 그려내는 분이었고 동시에 퀴어베이팅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창극 〈정년이〉는 연출은 나무랄 데 없이 좋았지만, 제가 비공개 SNS 계정을 만들어서 계속 이야기하고 곱씹을 만큼 재밌지는 않았어요.


박주연:

말씀해 주신 부분은 아직 퀴어와 레즈비언 서사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서사가 다양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 같아요.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작품이 쌓이면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요.


문아영:

저는 원작인 웹툰 〈정년이〉가 인지도와 작품성 모두 뛰어나다 보니 처음 창극 〈정년이〉의 제작 소식을 듣고 작품이 퀴어서사를 잘 살릴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게 기억나요. 다행히 창극을 보면서는 안심이 됐어요. 부용 역을 맡으신 김우정 배우님께서 제가 생각하는 부용의 이미지와 비슷하신 데다가 연기와 소리 모두 잘하셔서 만족스러웠고요. 창극 〈정년이〉는 원작이 가진 의의를 훼손하지 않고도 새로운 창작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혜원님 말씀처럼 저에게도 창극 〈정년이〉가 퀴어서사에 대한 만족감과 별개로 공연 이후에 여러 번 곱씹게 되는 작품은 아니었어요. 이와 달리 드라마 〈정년이〉는 비판하고자 하는 문제들 외에도 보는 이가 등장인물 간의 관계성을 계속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지점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지금 저희가 복잡한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아요.


박주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에서 일하고 있고 책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2024)를 썼다. 드라마와 영화 속 퀴어서사가 날 살리고 키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덕후. 요즘은 태국 여자들이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연혜원

아이돌 팬덤에서 처음 퀴어 친구들을 만났다. 그 경험으로 『퀴어돌로지』(2021)를 기획하고, 쓰게 되었다. 팬픽을 낭독극 <에로 그로-경성>(2020)으로 기획하는 과정에서 퀴어예술에 접속하였고, 현재 퀴어예술매거진 『them』을 발행하고 있으며, 퀴어예술연대와 한국퀴어연극아카이브의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학 연구자이며 투명가방끈 활동가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희곡집 『가장자리를 위한 복수 노트』를 썼다. 언제나 정치적인 글을 쓰려고 한다.


문아영

퀴어영화 연구그룹 구성원. 퀴어영화에 관한 다양한 글을 기획하고 발행한다. 퀴어예술매거진 『them』의 에디터로 퀴어웹툰에 관한 인터뷰와 대담을 기획했다. 사랑하는 동료들과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만들고 있으며, 여성영화와 퀴어영화를 관람하고 연구한다.


본 대담은 비온뒤무지개재단 2024 이창국퀴어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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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주연, 「아직도, 부르지 못하는 그 이름?: 있었지만 없었고, 있을 뻔 했지만 없었던 미디어의 퀴어 재현」, 일다, 2024.10.20. (검색일: 2024.12.18.) 〈https://www.ildaro.com/10027〉
2) 연혜원, 「[여성논단] 도둑맞은 ‘퀴어’」, 여성신문, 2024.08.26. (검색일: 2024.12.18.)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1160〉
3) 김현록, 「'정년이' 감독 "정년·주란=설익은 첫사랑…옥경·해랑, 멜로로 연출"[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 2024.11.27. (검색일: 2024.12.18.) 〈https://www.spotv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6770〉
4) 박주연,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오월의봄, 2024, 70-79쪽.
5) 허윤, 『남성성의 각본들: 민족국가의 탄생과 남자-되기』, 오월의봄, 2021, 146-159쪽.
6) 듀나, 「‘정년이’가 대박 났다고 지레 겁먹고 뒤로 빠진 각색자들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엔터미디어, 2024.11.21. (검색일: 2024.12.18.) 〈https://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