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글자 크기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대담 (상): HIV/AIDS 영화와 휘말리기

2025년 3월 18일

소리ㆍ이종걸ㆍ문아영ㆍ이문우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대담 (상): HIV/AIDS 영화와 휘말리기 1)

ⓒ 제5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레드+” ⓒ 제5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레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24.


문아영: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퀴어영화 연구그룹에서 활동하는 문아영입니다.


이문우:

저는 퀴어영화 연구그룹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문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종걸:

저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종걸입니다.


소리:

안녕하세요. 저는 HIV/AIDS인권행동 알(이하 인권행동 알)에서 활동하는 소리입니다. HIV 감염인 당사자입니다.


문아영:

현재 소속되어 계신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이종걸:

친구사이는 2024년을 기점으로 설립된 지 30년이 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입니다.2)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기모임과 소모임, 인권 침해 및 자살 예방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죠. 친구사이에서 HIV/AIDS(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와 관련된 활동은 1994년 단체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HIV/AIDS에 대한 낙인과 공포가 극심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예방을 중점으로 두는 캠페인 활동을 주로 했어요. 사실 HIV/AIDS를 이야기할 때, 감염인의 인권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과거에는 이런 부분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전까지 국가가 HIV/AIDS를 다루는 방식이 게이 커뮤니티와 성노동자를 대상으로 HIV/AIDS를 통제하고자 하는 정책을 펼치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도 콘돔을 권장하는 세이프 섹스를 알리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에이즈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소위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성적인 행동에 거리두기를 하거나 감염을 문제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아마 동성애에 관해서도 운동하기가 어려운데 에이즈 문제에 함께 싸워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했던 것 같아요.
이후 2004년 에이즈 인권운동을 위한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가 결성되고 그 활동에 친구사이가 참여하게 되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어요. 단체 내에서도 예방뿐만 아니라 감염인의 인권이 가진 중요성을 인식하고 HIV/AIDS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죠. 그러면서 친구사이 안에도 감염인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는 역사가 있었고요. 물론 이전에도 1990년대 친구사이와 에이즈 퇴치를 위한 한국 시민 모임에서 활동하신 故 오준수님의 역사가 존재해요.3) 현재는 HIV/AIDS 감염인 단체, 연대체,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HIV/AIDS 인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리:

인권행동 알은 2011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 발족해 2024년에 13년 차가 된 인권단체에요.4) 저희의 활동은 크게 커뮤니티 사업과 인권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먼저 10대에서 30대까지의 HIV 감염인들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당사자 자조모임으로 커뮤니티 알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안에서 정기모임 외에도 매해 감염인 당사자들이 임파워먼트를 기를 수 있는 인권캠프를 개최하고 있고요. 그리고 인권단체로서는 HIV/AIDS 혐오에 맞서 싸우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이하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와 HIV/AIDS 감염인의 의료 차별에 함께 대응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현재 HIV 감염인 이주민과 이주노동자가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겪게 되는 차별에 대응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그동안 에이즈 운동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던 감염인의 노동권에 집중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문아영:

오늘 대담에서 이야기 나눌 작품은 모두 제5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레드+”(이하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의 상영작이에요.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 진행되고 있는 행사입니다. 영화제가 시작된 배경과 매년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이종걸: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가 시작된 배경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친구사이 오픈테이블 〈HIV를 둘러싼 다양한 '□□□'를 이야기하는 모임〉을 언급할 필요가 있어요. 친구사이 오픈테이블은 2019년부터 친구사이와 회원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도 연애와 섹스를 포함해 다양한 관계와 정체성이 있는데 이들이 HIV/AIDS 이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게이 커뮤니티 내에도 HIV/AIDS에 관한 두려움과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육의 형태로 정보만 전달하기보다 HIV/AIDS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에요. 최대 8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비난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스스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돌이켜 보는 모임입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오픈테이블을 진행하다 보니 이 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주제와 깊이에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친구사이가 이전부터 영화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던 터라 HIV/AIDS에 관한 영화를 다룬다면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죠. 처음 영화제를 시작했을 당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되던 시기라 영화만 관람하고 바로 흩어져야 했어요. 그래도 영화를 보고 HIV/AIDS를 이야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죠. 그랬던 영화제가 지금 5회째 이어지고 있는데, 저희가 타 영화제만큼 전문적으로 작품을 수급할 인원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한국어 자막이 있거나 국내에 개봉된 작품을 중심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2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2021)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상영하고 있고요. 극장을 대관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사이 사무실이 갖는 의미와 더불어 참여자들이 좀 더 편한 공간에서 이야기 나누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외에 제5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상영작인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2010)은 제1회 및 제4회 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해요. 영화가 게이 커뮤니티 전반을 다루면서도 HIV/AIDS를 함께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OTT 플랫폼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화제에서 〈종로의 기적〉을 계속 상영하는 게 기획의 방향 중 하나에요. 또 HIV/AIDS 영화를 이야기할 때, 꾸준히 언급되는 오래된 작품들도 상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제4회 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필라델피아〉(1993) 같은 작품이요. 그리고 대중적으로 HIV/AIDS를 다루면서 작품성도 갖춘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도 좋고요. 한편으로는 HIV/AIDS 영화가 매년 제작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20-30년 전에 만들어진 주요 영화들의 한국어 자막을 제작해 상영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어요.


이문우:

지금까지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으신가요? 더불어 타 영화제와 극장, 텔레비전, OTT 플랫폼 등을 통해 HIV/AIDS 영화를 찾아 관람한 경험이 있다면 함께 말씀 부탁드려요.


소리:

저는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 참여한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개인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HIV/AIDS를 다루는 작품 대다수가 감염인의 삶을 다방면으로 그려내기보다 죽음에 가까운 이미지로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감염인 당사자로서는 이런 작품을 보는 게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에이즈에 관한 영화라고 하면 일단 꺼려지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2024년 26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축하해, 덱스!〉(2023)라는 작품을 봤을 때는 극 중 상황에 공감하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의 주인공이자 HIV 감염인인 덱스가 게이 커뮤니티를 떠나 2년 동안 잠적한 후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그 이유가 의사로부터 바이러스가 미검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으로 나와요. 사실 HIV 감염인이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이 배제된다고 느끼는 지점에는 감염인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감염인 스스로 전파의 위험성을 고민하기 때문도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HIV/AIDS가 약으로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며,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 수준에 도달한 HIV 감염인은 성적 접촉을 통해 HIV를 전파하지 않는다는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바이러스 미검출=전파불가) 캠페인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째서 HIV 감염인은 바이러스가 미검출된 상황에서만 커뮤니티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 남아있지만, 영화가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또 친구사이에 가진 사람들이라는 PL(People Living with HIV/AIDS, HIV/AIDS 감염인,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자조 모임이 있어요. 2024년 11월에 인권행동 알과 가진 사람들이 합동 정모를 했는데 그때 영화 〈렌트〉(2005)를 함께 봤거든요. 극 중 여성과 게이, 약물 사용자 등 다양한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나와요. 이들이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만 묘사되지 않고 자기 삶 속에서 열정적이고 사랑스럽게 투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동을 받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문아영:

저 같은 경우는 지난해 제4회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 참석한 게 처음이었어요. 당시 〈종로의 기적〉을 보고 싶어서 관람할 수 있는 경로를 찾던 중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를 알게 됐죠. 그때 영화도 정말 좋았는데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기억에 남았던 터라 올해 퀴어영화 연구그룹을 준비하면서 꼭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를 주제로 하는 기획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처음 본 HIV/AIDS 영화는 2017년 제7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관람한 영화 〈120BPM〉(2017)이에요. 이때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HIV/AIDS 인권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었죠. 이후 드라마 〈포즈〉(2018, 2019, 2021)를 보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성소수자의 역사에 HIV/AIDS가 깊이 연루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최근에는 영화 〈더 노멀 하트〉(2014)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같은 여러 HIV/AIDS 영화들을 찾아봤는데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의 역대 상영작 목록이 큰 도움이 됐어요. 무엇보다 작품 대다수가 OTT 플랫폼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갑게 느껴졌고요. 이 외에도 김재원 작가님과 류다연 독립기획자님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진행하신 기획 스크리닝 〈Day With(out) Art: Asia Focus〉(2024)를 보러 가기도 했는데요. 여러모로 지금의 기획을 준비하면서 제 몸이 HIV/AIDS 영화에 반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이문우:

제가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 참여한 건 올해가 처음인데요. 보통 영화제라고 하면 상영관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떠올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는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회원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눠주시는 걸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이종걸:

저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기억도 영화에서 본 게 처음이었는데 그때 봤던 작품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아쉽네요. 당시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직감적으로 영화가 저와 연결된 이야기라고 느꼈고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기억이에요. 이후 대학생 때 봤던 작품 중 하나가 영화 〈오랜 친구〉(1989)인데 아영님이 말씀하셨던 〈더 노멀 하트〉와 조금 비슷한 내용이에요. 뉴욕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게이 커뮤니티가 에이즈 유행을 어떻게 겪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죠. 영화의 끝에 몇몇 등장인물이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에이즈로 죽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에이즈 유행의 시기를 결말에서 이렇게 몽환적으로 묘사한 건 어떤 마음이었던 건지, 그리고 당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던 건지 궁금해요. 나아가서 지금 우리에게 〈오랜 친구〉 같은 영화가 어떻게 다가올지도 궁금하고요. 제가 이런 기억과 마음을 갖고 있어서 영화제를 한 것 같아요. (웃음)
영화에 관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저는 저보다 먼저 계셨던 선배들의 에이즈에 대한 생각이 궁금할 때가 있어요. 앞서 언급했던 준수 형을 비롯해 몇몇 분들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친구사이에 자신의 감염 사실을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해요. 준수 형은 초동회와 친구사이에서 활동하셨고 한국에서 처음 HIV 감염인 수기집으로 단행본 『겨울 허수아비도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1993)를 출판하신 분인데 본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하지 못하셨던 거예요. 이런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결국 이에 관련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 영화 〈종로의 기적〉 ⓒ 영화 〈종로의 기적〉, 이혁상, 2011.


문아영: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친구사이?〉(2009), 〈종로의 기적〉, 다큐멘터리 〈위켄즈〉(2016) 등 친구사이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많죠. 말씀하신 것처럼 추후 HIV/AIDS 영화를 제작하게 되신다면 저도 꼭 관람하고 싶어요.
이어서 오늘 대담에서 이야기 나눌 〈종로의 기적〉과 다큐멘터리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2022),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2024) 5-6화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만약 이들 작품을 이전에 관람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처음 봤을 때의 감상과 최근의 감상에 변화가 있는지 함께 말씀해 주시겠어요?


소리:

저는 〈종로의 기적〉을 이번에 처음 봤어요. 영화가 의약품 접근권 운동을 다루면서도 HIV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연애를 담아내는 등 운동의 맥락과 개인의 삶을 잘 기록하고자 노력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에이즈 운동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당사자의 언어를 운동의 언어로 만든 것인데 이런 부분을 영화가 짚어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지금도 같이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예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요. (웃음) 그리고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감염인 당사자가 왜 본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지 영화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극 중 본인의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못하는 인터뷰이의 경우 배우가 이들의 삶을 연기하게 되는 데, 이렇게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말하기가 교차되는 방식이 〈종로의 기적〉과 같이 당사자와 비당사자 간의 휘말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면서는 많이 울었어요. 정말 감염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더라고요. 저는 드라마의 원작인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2019)을 보지 못해서 드라마에 감염인이 나온다는 걸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이번 대담을 통해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처음에는 등장인물 중 누가 감염인으로 나올지 혼자 추리를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충격을 받은 거예요. 주인공이 감염인일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감염인 당사자로서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이문우:

저도 〈종로의 기적〉을 이번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요. 저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운동의 순간을 중점으로 어떻게 이들이 서로와 함께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또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당시 초국적 제약회사 한국로슈(이하 로슈)가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의 공급을 거부하는 걸 항의하는 자리에서 정욜님이 입고 계신 조끼에 적힌 ‘우리는 모두 에이즈 감염인이다’라는 슬로건을 본 것 같아요. 정말 치열했던 현장의 모습과 함께 그 문구가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서로 연루되어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고 느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한편으로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캠페인으로서의 성격이 짙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영화가 감염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이를 영상으로 보여주고자 인터뷰와 연극, 재연 등의 연출 방식을 함께 논의하는 모습에서 HIV/AIDS 감염인의 말하기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다양하게 시도하고자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여성 감염인을 인터뷰하고 HIV/AIDS 감염인 내에서도 여성 감염인의 존재가 덜 가시화되어 있다는 걸 언급했던 것도 인상 깊었고요.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소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가 제목과 같이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HIV/AIDS 감염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대도시의 사랑법〉은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만성질환으로서의 HIV에 대한 재현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었어요. 관련된 예시로 드라마에서 고영(이하 영)이 자신의 HIV를 카일리라고 이름 지으면서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질환으로서 받아들였던 장면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종걸:

〈종로의 기적〉은 2010년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고 이후 2011년 6월에 개봉했어요. 기획 초반부터 함께 했던 터라 저에게는 애정이 많은 작품이에요.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도 들고요. 그런데 이혁상 감독님께서는 영화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가령 게이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적나라하게 그려졌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의 영화는 너무 착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종로의 기적〉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게이 커뮤니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감독님을 비롯해 친구사이에서도 여러 고민이 있었고, 대중적으로 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영화에서 정욜님과 파트너분의 관계를 통해 다뤄지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연애는 지금까지도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가 두 분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HIV/AIDS 의약품 접근권 운동을 하는 시위 현장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데, 게이들의 섹스와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복잡한 양상을 띠는지 말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종로의 기적〉 속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을 받아들여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과정과 운동을 통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지금 게이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이들과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꼭 봤으면 좋겠어요. 쉽게 관람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죠.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과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면서는 훨씬 HIV/AIDS를 이야기하는 연출 방식이 다양해지고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명확하게 던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게다가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제는 이런 작품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드라마로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HIV 감염인의 섹스와 노동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연출이 인상 깊었거든요. 동시에 지금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는지, 또 HIV/AIDS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더 알고 싶어졌어요. 〈대도시의 사랑법〉을 10년 후에 다시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도 궁금하고요. 이런 생각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HIV가 만성질환으로만 이야기되는 게 사람들이 또다시 HIV/AIDS 이슈에 거리를 두고 이를 타자화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활동가로서 생기는 노파심이 있죠.


소리:

저도 종걸님이 말씀하신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돼요.


문아영:

저는 종걸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 〈종로의 기적〉이 너무 착한 게이들만 보여줬다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비판을 방송 및 영상문화연구자 박지훈님의 논문 「한국 초기 퀴어 독립영화의 지향점과 쟁점들: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요.5) 종걸님과 이혁상 감독님께서 인터뷰이로 참여하신 논문인데 관련한 이야기를 다시 들으니 흥미롭네요. 그런데 어떤 지점에서 비판이 나온 건지 이해가 되면서도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신 분들의 말하기가 모두 착한 이야기로만 수렴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영화와 드라마가 성소수자를 재현할 때, 그 직업이 인권활동가인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제 주변에는 활동가로 사는 사람이 여럿 있다 보니 영화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또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이번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 상영작 중 유일하게 여성 감염인을 재현한 작품이잖아요. 저에게는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작품을 본 게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어요. 〈대도시의 사랑법〉의 경우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 혐오 세력의 민원으로 예고편이 비공개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동안 혐오 세력이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을 낙인찍는 일에 앞장서 온 것을 알기 때문에 드라마가 HIV 감염인의 삶을 얼마나 재현하고 있을지 염려가 되더라고요. 다행히도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드라마가 원작의 메시지를 잘 담아내고 있어서 마음 놓고 관람했던 작품이에요.


이문우:

〈종로의 기적〉은 비감염인인 동시에 감염인의 애인이자 동료인 정욜님의 모습을 통해 HIV/AIDS에 관해 이야기하는데요. 이는 의료인류학자이자 HIV/AIDS 인권운동 활동가인 서보경님이 저서 『휘말린 날들』(2023)에서 개념화한 휘말림과 휘말린 상태를 떠올리게 합니다.6) 이러한 영화의 연출 방식과 함께 HIV/AIDS 인권운동에서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정체성과 당사자성, 연루되기의 연대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종걸:

나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이들 중 HIV/AIDS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그동안 커뮤니티가 얼마나 이들을 밀어내 왔는지 생각하게 돼요.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HIV/AIDS에 대한 정보만 알면 되거나 감염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어요. HIV/AIDS가 어째서 나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인지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섹스를 포함해 HIV/AIDS 감염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고요. 그런 점에서 〈종로의 기적〉은 우리가 HIV/AIDS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서로를 돌볼 수 있다는 걸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성적 관계와 동료 관계, 연인 관계로만 묶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더 부딪히고 살아가고자 한다면 더더욱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라는 거죠. 나아가 레즈비언과 페미니스트,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의료종사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인권활동가들이 먼저 게이 커뮤니티에 이런 사실을 알려줬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정체성이 함께 하는 HIV/AIDS 인권운동이 확장됨에 따라 더 이상 HIV/AIDS가 성소수자와 게이 커뮤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껴요.


소리:

앞에서 제가 에이즈 운동에서 중요한 지점이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함께 당사자의 삶을 운동의 언어로 만든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종걸님이 해주신 말씀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에이즈 운동의 경우 당사자의 삶을 관심 있게 들여다본 사람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과거의 운동이 지금과 같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관련된 예시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앞에 나가서 말하기를 자처하는 감염인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저도 그렇고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감염인분들도 얼굴을 공개해서 발언하거나 사진에 찍히는 걸 꺼리는 상황이죠. 이럴 때 먼저 감염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던 비감염인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에이즈 운동이 이끌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과정들이 휘말림이고 그 휘말림에는 당사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아가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섹스와 연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데요. 앞서 에이즈 운동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U=U 캠페인은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한 개념이에요.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U=U 캠페인이 없었으니 에이즈 운동에서 전파매개행위죄 폐지를 위한 운동을 진행하지 못 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거든요. 감염인의 삶을 운동의 언어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성적 권리의 맥락에서 감염인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는 걸 주장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종로의 기적〉이 와닿았던 것도 바로 이런 지점에서였어요. 영화에서 정욜님이 성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게 중요해? 그게 왜 중요해?”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와요. 그러니까 감염인이 하는 섹스만이 아니라 감염인과 비감염인, 감염인과 감염인, 비감염인과 비감염인의 관계에서 그게 꼭 중요하냐는 거죠.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서로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단순히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법으로 감염인을 처벌하고 감염인의 관계망이 피해와 가해의 구도로만 조명되는 거고요.
그래서 에이즈 운동에서도 2007-2008년에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되면서 전파매개행위죄를 폐지하려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그 뒤로는 이에 대한 긴밀한 논의가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저희가 전파매개행위죄에 관한 형사고소 사건을 접했을 때, 발 빠르게 모여서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부터 에이즈 운동이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성관계를 비롯해 이들의 관계 맺기에 대해 항상 고민해 왔기 때문에 HIV 감염인의 섹스는 범죄가 아니라는 운동의 언어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그 휘말림이 지금의 운동을 만들었다는 걸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문아영:

지금까지 저희가 〈종로의 기적〉에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영화를 보면 차례로 소준문 감독님께서 퀴어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과 협력하는 내용과 인권활동가 장병권님께서 광장에서 동창을 만나는 장면, 최영수님께서 본인이 사랑하는 이들을 친구사이 코러스 모임 지-보이스의 공연에 초대하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이를 보면서 다큐멘터리가 종로라는 게이 커뮤니티의 주요한 물리적 공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계속 이동하고 다른 사람을 마주하면서 만들어내는 공간성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종로의 기적〉이 영화 전반에 걸쳐 당사자와 비당사자 간의 휘말림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문우:

올해 친구사이 에이즈 영화제에서 〈종로의 기적〉 관객과의 대화 중 최영수님께서 감염인이시라는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는데요. 영화에서는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데 시간이 흘러 최영수님의 이야기를 나눠주시게 된 까닭이 궁금합니다. 더불어 퀴어와 HIV/AIDS 감염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종걸:

처음 이 질문을 받고 다시 고민이 들었어요. 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그분들이 저에게 질타를 보내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본인이 감염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그걸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영화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는 데다가, 그때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계속 이야기하지 않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 질문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죽은 자의 명예와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만큼 무엇이 감염인의 감염 사실을 말하기 어렵게 만든 건지 이야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친구사이와 지-보이스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왜 말하지 못했는지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아쉬우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더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 같습니다. 본인의 감염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을 잘 받아들이고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때, 적어도 영화를 이야기하는 공간 안에서는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퀴어와 애도에 관해서는 저희가 영수 형뿐만 아니라 HIV/AIDS로 돌아가신 분이 두 분 더 계시는데, 2019년부터 재회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추석 연휴 전에 이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물론 공식적인 행사가 2019년에 시작된 것이지 이전부터 계속 챙겨왔던 날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올해는 친구사이 회원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이를 먼저 보낸 경험이 있다면, 행사에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특히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자살 이슈도 많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죠. 그동안은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마음껏 애도할 수 없는 상황도 많았고 돌아가신 분을 위해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조건이 너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먼저 떠난 분들을 잘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이 그분들에 대한 예우이자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리

2011년 여름에 HIV에 직접적으로 휘말린 HIV 감염인 당사자이다. 영리기업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가 2021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부터 HIV/AIDS인권행동 알에서 상근활동가로 근무하고 있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친구사이에 상근활동가로 근무한 지 올해로 17년 차. 친구사이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다양한 운동과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원을 만나는 오랜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자 배움이었다.


문아영

퀴어영화 연구그룹 구성원. 퀴어영화에 관한 다양한 글을 기획하고 발행한다. 퀴어예술매거진 『them』의 에디터로 퀴어웹툰에 관한 인터뷰와 대담을 기획했다. 사랑하는 동료들과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만들고 있으며, 여성영화와 퀴어영화를 관람하고 연구한다.


이문우

퀴어영화 연구그룹 구성원. 주로 한국퀴어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써왔다. 최근에는 교차성의 관점에서 장애와 퀴어 재현을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불구 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많은 것에 게으르지만 백합과 레즈비언 콘텐츠는 꾸준히 찾아본다.


본 대담은 비온뒤무지개재단 2024 이창국퀴어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로고


1) 의료인류학자이자 HIV/AIDS 인권운동 활동가인 서보경은 HIV 감염이 야기하는 신체 및 사회적 변화를 휘말림의 양태로 개념화한다. 서보경에 의하면 감염을 휘말린 상태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감염을 타자로부터 당하는 것 혹은 타자에게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생명 형식이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변형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사고는 감염을 오로지 손해로 상정하지 않고 질병이 야기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깊이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서보경, 『휘말린 날들: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반비, 2023, 25-29쪽.
2)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역사와 활동에 관한 내용은 단체의 웹사이트를 참고할 수 있다. 〈https://chingusai.net/xe/〉
3) 故 오준수 인권활동가의 생애에 관한 한국 HIV/AIDS 인권운동의 역사는 다음의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터울, 「[칼럼] 시간 사이의 터울 #1 : 어느 감염인의 이야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소식지, 2015.01.29. (검색일: 2025.01.08.) 〈https://chingusai.net/xe/newsletter/425503〉
4) HIV/AIDS인권행동 알의 역사와 활동에 관한 내용은 단체의 웹사이트를 참고할 수 있다. 〈https://action-al.org/〉; HIV/AIDS의 기본정보와 HIV 감염인의 노동권과 성적권리, 건강권, 생활정보는 인권행동 알에서 제작한 HIV/AIDS 정보사이트: 아카히브를 참고할 수 있다. 〈https://hivaidsinfo.org/〉
5) 박지훈, 「한국 초기 퀴어 독립영화의 지향점과 쟁점들: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미디어, 젠더 & 문화』 제36권 제1호,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2021, 204-206쪽.
6) 서보경, 위의 책, 25-29쪽.